에디 애덤스의 "사이공식 처형"

 

위 사진은 AP통신의 종군 기자였던 애디 애덤스를 퓰리처상까지 받게 했던 너무나 유명한 보도 작품이다.
사진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본 적이 있는 사진일 것.

 

사진의 캡션인 '사이공'이라는 지명이 암시하듯, 베트남 전쟁 중에 찍혔던 사진이며 리볼버 권총을 손에 든 왼쪽의 남자는 '로안'이라는 베트남 군인이고 사살당한 오른쪽의 민간인은 '구엔 반 렘'이라는 사람이다.

 

사진의 내용이 전달하는 바는 너무도 명확하다.
"즉결처형"

 

이 잔인한 사진이 AP 통신을 통해 세상에 보도되자 세계는 즉시 발칵 뒤집어졌다.
그리고 로안은 곧장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악마"로 불리우며 전 세계인으로부터 비난을 받게 된다.

 

"아무리 전시라지만 재판 절차 하나 없이 저렇게 잔인하게 민간인을 권총으로 쏴 죽이다니!"

 

그랬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전시라지만 군인이 민간인을 마치 가축 도살하듯 저렇게 쏴 죽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저런 민간인 학살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책임 없이 전쟁이 끝난 후 미국으로 이주한 로안.

 

그러나 사람들은 악마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미국의 버지니아주에 정착하려 했던 로안은 악마를 추방하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의해 결국 당국으로부터 거주 허가 취소를 통보받게 되고 이후 평생을 사람들을 피해 숨어 살게 되는데..

 

악마는 결국 죗값을 받게 된 것인가?

평생을 사람들의 눈을 피해 힘든 도피 생활을 하다가 결국 암에 걸려서 비참하고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베트남의 악마 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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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진실은 그게 아니었다.

 

로안은 원래 베트남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며 영웅이라 칭해지던 장군이었고
당시 베트남의 치안을 담당하던 경찰청장이었으며 그에 의해 즉결처형된 저 '구엔 반 렘'은 민간인이 아니라 월맹군의 암살 요원으로서 수많은 부녀자를 강간하고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한 악질 전문 킬러로 유명한 베트콩이었던 것.

 

전시 중의 치안 담당자인 로안 장군에게 있어서 가장 악질적인 베트콩에게 내려야 했던 "즉결처형" 처분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저 처형당한 베트콩은 로안 장군 동료들의 가족까지도 무참하게 학살한 전력이 있다고 한다.
주로 군경 가족들을 찾아내서 학살하는 전문 킬러 요원이었던 것.

 

그러나 사진만으로 본다면 누가 보더라도 로안 장군이 악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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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이란 이렇게 위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진 한 장만으로도 이렇듯 전 세계인을 반대 방향으로 선동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만약 에디 애덤스나 AP 통신이 저 사진을 보도하면서 진실에 대한 내용을 딱 두 줄만 써넣었어도 베트남의 영웅이었던 로안 장군이 악마의 낙인이 찍힌 채로 평생을 도망 다니며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훗날 애디 애덤스는 자신도 나중에야 그 진실을 알게 되었고 곧 로안을 찾아서 사과하려고 하였으나 기회가 없었다고 변명한다.

그리고 로안이 죽을 때까지 33년간 단 한 줄의 정정 보도조차 내지 않고 있다가 자신도 루게릭병에 걸려서 죽음에 이르게 되어서야 비로소 타임지에 짤막한 기고문을 싣게 되는데, 다음과 같은 당연한 개소리를 남긴다.

 

"사진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로안은 총으로 베트콩군을 죽였지만 나는 카메라로 로안을 죽였다."

 

나는 에디 애덤스가 남긴 저 말이 너무도 역겹다.
베트남의 존경 받던 영웅을 악마로 만들어 놓은 채 자신은 퓰리처상에 빛나는 영광스런 삶을 누리며 33년간을 진실에 입 닫고 살다가 뒈질 때가 가까워서야 인간적인 척 양심고백으로 흘리는 저 뻔뻔스럽고 간악한 개소리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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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시점, 대한민국에서는 저보다 더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도 일개 기자가 아닌, 시사 보도를 하는 방송팀에 의해서.

 

주지하다시피 불과 달포 전, 대한민국을 무한 충격에 빠뜨렸던 바로 그 SBS 그알 팀이 제기한 "이재명 조폭연루설"인데
명백한 증거 하나 없이 경기도가 뽑은 도지사의 명예를 무한 실추시켜 놓고도 정정 보도와 해명 요구에 아직도 아무런 답변이 없다.

 

SBS 그알 팀이 에디 애덤스보다 더 나쁜 건 '이재명 조폭 연루설'이 의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에디 애덤스는 모르고 저질렀던 실수였기에 그나마 용서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쳐도
그알 팀의 "이재명 조폭연루설" 방송은 명백한 의도를 갖고 행한 범죄행위인데도 이들은 저널리즘의 특수성과 당위성을 들어서 자신들을 범죄를 포장하며 여전히 비난으로부터 피해가려고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땅의 국민이 더 이상 예전 같던 바보가 아니라서 이젠 저런 조잡한 악의적 방송 편집 정도야 한눈에 척 다 알아보는데도 이것들은 여전히 국민을 호구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SBS뿐만이 아니다.
국개의원, 민간인, 심지어 여배우까지 동원해 가면서 이재명 악마 만들기에 골몰하는 더러운 무리들.
그리고 거기에 장단 맞추고 부추기는 대한민국 대부분의 언론사들.

 

언론이 이 나라의 진짜 적폐 1호라는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닌 것이다.

 

관료가 썩으면 국고에 조금의 구멍만 생길 뿐이지만

언론이 썩으면 나라 전체가 위태로워진다.

 

권력과 기득세력의 입맞에 맞는 뉴스를 생산하고자 조작, 왜곡 보도도 서슴치 않는 이런 쓰레기 언론만 가득하다면 국가의 미래란 있을 수 없다.

 

국민이 좀 더 매의 눈으로 언론을 감시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대중의 눈과 귀가 되어 국민이 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지만

그 언론을 감시하는 일 또한 결국 국민의 몫이니 말이다.

 

 

 

 

 

 

PS :

글을 쓰고 보니,

"로안이 부패한 장군이었고 북베트콩에게는 잔인한 동족 살인자였기에 저 사진은 액면 그대로인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라는 댓글이 달렸는데, 이런 것을 바로 뇌피셜이라고 하는 것이다.

혼자만의 상상은 자유겠으나 팩트를 보지 않고 이빨을 터는 것은 왜곡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댓글 쓴 이 사람은 모르는 것 같다.

 

기자들이 엉터리 기사를 쓰는 것 또한 그러한 뇌피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확인된 팩트가 아니라 "누군가가 그러더라" 또는 "그럴 것이다"라는 자신만의 추측과 망상으로만 기사를 쓰니 제대로 된 진실이 전달될 리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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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진에 얽힌 이야기의 진실을 알 수 있게 하는 팩트는 딱 1개다.

에디 애덤스가 죽기 전에 로안 장군에게 했던 사과, 즉 양심 고백의 기고문이 바로 그것인데

말하자면, 그 기고문만이 로안 장군이 억울한 오해를 받게 되었던 것을 바로 잡아주는 사실인 것이고

 

그 외에, "로안은 부패한 장군이었다"라던가

"저 베트콩은 암살 킬러인 구엔 반 렘이 아니라 사실은 다른 사람이고 그냥 선량한 베트콩을 죽인 것이다"라는 등의 이야기는 확인된 자료가 없으니 결국은 그냥 떠도는 이야기일 뿐인데도

팩트를 보지 않고 엉뚱한 이야기를 해대는 것은 결국 자신의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라 하겠다.

 

이 처럼, 대한민국 기자들 또한 팩트에 기반하지 않고 자신의 추측과 뇌피셜로만 기사를 쓴다.

간단한 사실만 확인해도 주객이 전도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인데 이들은 늘 무책임하게,

또는 무언가의 목적을 위해 고의적으로 팩트를 숨기고 조작과 왜곡 보도를 일삼는다.

 

어찌 보면 어리석음과 사악함이란 크게 다르지 않은 특정한 인간들의 특성인 것 같다.

어리석은 인간과 사악한 인간, 이들 모두가 국가와 사회를 망치는 주범인 것이니 말이다.